국힘 탑승구 앞 고심하는 윤석열…“국민 실망 안 시키는 게 중요”

입력 2021-06-08 17:20 수정 2021-06-08 20:4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정치활동 결심을 굳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탑승구 앞에서 멈칫하고 있다.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을 뛴다’는 방향은 정했지만, 최종 승차를 망설이게 하는 변수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변에서는 보수야당 직행이 대선 길을 넓히는 데 득보다 실이 많고, 자칫 당내 견제로 불필요한 정치적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윤 전 총장은 “국민 실망 안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근은 8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나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거듭 말했다. 일각의 ‘6·11 전당대회 직후 등판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전 총장도 “다들 급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대선까지는 꽤 긴 시간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조급하게 달려들기보다는 최대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윤 전 총장 지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특정 당대표 후보들의 태도나 발언에 대한 불만 기류도 흐른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윤 전 총장 행보를 두고 ‘버스 정시출발론’에 화답했다고 해석하거나,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버스’가 출발하는 8월 중순까지 결심하지 못한 후보를 기다려야 하는지 물음표”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꽃가마를 바라지는 않지만, 고압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이면 곤란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지인은 “국민이 가리키는 쪽으로 당당하게 걸어가겠다는 게 윤 전 총장 뜻”이라며 “정치 선언도 안 했는데, 입당 압박에 바로 ‘알겠다’고 하는 건 윤 전 총장 캐릭터와도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왼쪽 두 번째)씨와 만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윤 전 총장 참모진도 국민의힘 조기 합류를 만류하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한다. 보수 제1야당 틀에 갇히면 외연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당내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입당하면 내부 경쟁후보들의 집중 견제 속에 대선 경쟁력만 하락할 수 있다는 조언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이 “지금 지지율은 국미의힘 후광이 아니라,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바람과 요구의 결과”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도 주변에 “내가 정치인 보고 정치를 하나. 국민 바라보고 정치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입장은 검사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안에 들어가면 진영과 영역이 결정돼 버린다”며 “본인도 벌써부터 보수우파 후보로 한정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제3세력화가 아닌 정당 플랫폼을 통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상황이라 결국은 국민의힘과 손을 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누가 당대표가 되든 현실적으로 윤 전 총장 외에 대선주자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으로서는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 내부 역학관계를 살피면서 당 밖에서는 자기 세력을 어느 정도 다진 뒤 (입당) 타이밍을 보지 않겠나”고 말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