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영웅’ 고 유상철 감독에 이어지는 추모 물결

입력 2021-06-08 16:37
생전 유 감독의 모습. 연합뉴스

췌장암과 싸우다 7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유상철(50) 전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 축구계 전반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유 전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엔 장례 이틀째인 8일 수많은 축구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유 감독과 대표팀 등에서 인연을 쌓은 허정무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빈소를 찾아 “암 진단을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져서 ‘잘 지내고 있구나’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김남일 K리그1 성남 FC 감독도 “유상철 감독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하실 일이 더 많은 분인데 아직 젊은 나이에 이렇게 가시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축구인 유상철보다 인간 유상철이 좋았다”며 “내가 부족해 감독님이 먼저 가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고 했다. 유 감독은 지난 2019년 인천 감독 시절 암 판정을 받고도 마지막까지 운동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해 강등 위기의 팀을 구해낸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A매치 총 124경기에 출전하며 대표팀에 큰 영광을 안겨준 고인을 예우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이었던 유 감독의 일로 전 축구계가 슬퍼하고 있다”며 “멀티 플레이어로서 늘 필요한 곳에서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준 데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 팬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분양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일환으로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국가대표팀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경기에선 추모 행사가 열린다. 협회는 경기 전 전광판에 헌정 영상을 틀고 묵념을 진행하기로 했다. 선수들은 팔에 검은 밴드를, 코칭스태프들은 검은 리본을 착용한다. 고인의 대표팀 등번호인 ‘6번’을 기리기 위해 국화꽃 66송이가 부착된 현수막이 게시되며, 경기 전반 6분까진 응원이 중단된다.

경기 전 인터뷰에 나선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유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가장 좋았던 시기 국민들에 기쁨을 주셨다”며 “함께 했던 같은 축구인 동료로서 그 분과 더 이상 같은 시대에 살아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고인을 따로 언급했다.

유 감독이 몸담았던 K리그 구단들도 고인을 기린다. 울산 현대는 8일 오후 2시부터 문수축구경기장 1층 S8게이트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울산은 1994년 건국대를 졸업한 유 감독이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디딘 뒤 일본 생활을 제외하고 K리그에서 유일하게 뛰었던 팀이다.

고인이 프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대전과 마지막을 함께한 인천은 홈구장 안에 분향소와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K리그2 전남 드래곤즈도 13일 부천 FC와의 홈 경기에서 전광판에 추모 영상을 내보내 고인을 기릴 계획이다.

이강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연합뉴스

올림픽 대표팀에 소집돼 12·15일 가나와의 평가전을 준비 중인 이강인(발렌시아)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으로 마냥 천진했던 시절,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다”며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2006년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선수 인생 첫 감독과 제자로 유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