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광주 평동 준공업지역개발 백지화…책임은 누가 질까

입력 2021-06-08 16:06 수정 2021-06-08 16:08

광주시가 한류 콘텐츠산업에 중점을 둔 4조 원 규모의 광산구 평동 준공업지역 개발사업을 전격 취소하기로 해 논란이다.

광주시는 “지난 3월 3일 현대엔지니어링 콘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개발사업에 관한 협상을 벌여왔으나 한류 콘텐츠 거점 조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콘소시엄 측이 제출하지 않아 더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한류 콘텐츠 육성과 안정적 운영방안에 관한 구체적 의견 제시가 없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판단하고 원점에서 광산구 평동 개발사업을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자문단 의견 등을 수렴한 시는 컨소시엄 측에 협상 결렬 통보와 함께 청문 등 법규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류문화콘텐츠 개발·체험 복합플랫폼 조성과 문화관광 기반 확충을 뼈대로 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광주시와 이견을 좁혀온 콘소시엄 측은 시가 일방적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나서자 난감한 표정이다.

콘소시엄 측은 전체 139만5500여㎡의 개발대상지 가운데 21만㎡에 1만5000석의 대형 공연장과 한류 스튜디오, 인공지능 연구개발센터 등 한류 콘텐츠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8000여 세대의 아파트를 분양해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의 개발사업 방안을 다듬어왔다.

협상 결렬에 따라 콘소시엄 측은 참여업체들과 일방적 귀책 사유 해당 여부를 검증하고 개발사업 무산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소송 등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컨소시엄 참여 업체인 중흥토건이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 과정에서 1억 원의 비용부담을 떠안고 광주시 공무원 대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사전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광산구 평동 준공업지역 개발사업과 관련한 투자 선도지구 공모과정에서 시 공무원이 용역사업비를 중흥토건에 부담해달라고 먼저 부탁한 사실을 중시하고 시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시는 광산구 평동 일대가 1998년 준공업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로부터 “낙후된 지역을 서둘러 개발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이 일대를 문화콘텐츠를 주축으로 하면서 친환경 자동차·에너지산업 등 미래 전략 산업을 묶어 육성할 민간 사업자를 공모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중흥토건, 호반건설, 제일건설, 우미건설, 스카이일레븐, 케이비증권, 현대차증권 등 8개 업체가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콘소시엄은 부지조성비 1조46억 원, 전략산업시설 8052억 원, 8000세대(아파트 5000세대, 주상복합 3000세대) 주거시설 2조여 원 등 4조 원대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준비해왔다.

시민단체들은 광주시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참여자치21은 이날 “협상대상자인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측과 협상 결렬을 선언한 광주시의 결단은 시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시민사회의 합리적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단체는 준공업지역 지정 이후 고압전선 설치, 공장 소음과 악취 등으로 거주 여건이 나빠진 원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 요구에 시가 성실히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 조인철 문화경제부시장은 “90일간 협상에 최선을 다했지만, 문화콘텐츠 육성과 난개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면서 “시와 컨소시엄이 협상에 성실히 임해와 법적 소송 등으로 비화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