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37조’ 정부 일자리사업 3개 중 1개 낙제점

입력 2021-06-08 15:36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자를 안내하는 푯말이 바닥에 붙어 있다. 연합

정부가 지난해 37조원 재정을 투입한 100여개의 일자리사업 중 3분의 1 가량은 부실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고려해 일자리사업 예산을 전년보다 60.0% 이상 증액했지만, 노동시장에서의 체감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8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일자리사업 145개 중 50개(34.5%)는 부실사업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정부는 33조6000억원을 투입해 직접일자리·직업훈련·고용서비스·고용장려금·창업지원·실업소득유지 등 일자리사업을 추진했다. 이와 별도로 60만4000개 공공·청년일자리 조성에 3조4000억원을 썼다. 국비 총 37조원을 일자리사업에 쓴 것으로 2019년 예산(22조9000억원)보다 61.57%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4~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형별 위원회 5개를 신설해 145개의 일자리사업 성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개선이 필요한 사업은 36개, 감액 사업은 14개로 나타났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일자리사업 3개 중 1개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우수·양호 등급은 각각 14개, 81개로 나타났다. 또 97만개 직접일자리 사업의 고용유지율은 37.8%로 전년보다 13.5%포인트 하락했다.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일자리가 절반도 안 됐다는 의미다.

이런 결과에도 고용부는 “일자리사업의 적극적 운영은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완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노동계와 경영계는 정부 일자리사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극심한 실업난으로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대치(11조8507억원)를 기록했고 30대 청년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최근까지 20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해 말 공공일자리 계약이 무더기로 종료되면서 두 달 만에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20만명 넘게 쏟아져 나왔고 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15개월 연속 감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공공일자리 사업에 과몰입하면서 민간 부문의 신규 채용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20~30대 청년 인재들이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도 “위기 국면에서 공공일자리 창출 및 고용유지중심 정책이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이후에는 민간일자리 취업 지원으로 우선순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