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K-바이오 랩허브’ 유치 총력전에 나섰다.
연구기관·인력 등 각종 인프라와 미래 청사진까지 준비를 끝마친 대전시는 랩허브를 유치해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 산업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8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K-바이오 랩허브는 치료제·백신 등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목표로 기업 입주공간, 연구개발용 시설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입주기업은 각종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역량을 갖출 수 있다.
대전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었음에도 지난 20년 간 바이오기업의 창업이 자생적으로 이뤄졌던 지역이다. 바이오 창업에 대한 수요가 높을 뿐 아니라 선배·후배 바이오벤처 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독특한 특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주체가 밀집해 있고 투자 및 임상 연구의 사업화가 원활한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요소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대전은 정부 출연연 26곳, 연구기관 45곳, 연구소 기업은 295곳에 달하는 등 풍부한 연구개발(R&D) 기반을 갖춘 국내 최대의 바이오 원천기술 공급지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인구 1만명 당 연구인력도 전국 1위다.
석·박사급 연구인력은 2만6000여명, 바이오학과 졸업생은 연간 1990명에 달하며 기업 간 정보공유·멘토링이 가능한 전국 유일의 바이오 커뮤니티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창업기업이 다양한 기관·기업과 교류하며 각종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곧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랩허브의 본래 취지와 가장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은 “대전에 기반을 둔 바이오 벤처들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과 스스로 거래할 정도로 능력이 있다”며 “이런 기업들이 대전에 많이 모이고, 국제적 비지니스도 잘하는 이유는 후배 벤처들이 선배 벤처들과 교류하며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K-바이오 랩허브를 통해 대전·세종·충남·충북을 연계하는 충청권 ‘K-바이오 창업·성장 허브’를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대전이 바이오 창업·R&D의 거점이 되면 세종시는 실증과 성장을 담당하고, 충남의 서해권 바이오밸리와 충북의 내륙권 바이오밸리를 연계해 분야별 성장기업을 확산하는 것이 골자다.
K-바이오 랩허브는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의 본격적인 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 지원 없이도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수도권 대신, 바이오창업 수요가 높고 역량을 갖춘 비수도권 지역에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맹 회장은 “바이오헬스 산업은 축적된 기술이나 지식, 경험 없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40여년의 역사를 쌓아 온 대전 연구단지의 축적된 힘이 지금의 성과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힘을 모아 키워나가는 개념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국내에서 대전이 거의 유일하다. 이 생태계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소중하다”며 “대전이 수도권 집중 완화에 기여하는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