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잘못” 백신 사기 논란에 대구시장 결국 사과

입력 2021-06-08 14:25 수정 2021-06-08 14:26
사과문 발표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화이자 백신 구매 주선 논란 중심에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결국 사과했다. 최근 정치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들끓고 있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시장은 8일 사과문을 통해 논란의 모든 잘못과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백신도입 실패사례 중 하나인데 ‘가짜백신 사기사건’ 논란으로 비화 된 것은 자신의 불찰이었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지난 5월 31일 대구시가 의료계 대표들과 함께 백신접종을 호소하는 ‘민관합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백신구매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정부가 검토 중인 사안을 성급하고 과장되게 언급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 되도록 자초했다”며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대구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큰 실망감을 줬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투의 현장에서 1년이 넘도록 밤낮없이 고생하는 지역 의료계를 힘들게 만들고 사기가 저하되도록 했다”며 “백신구매를 위해 애쓰는 정부의 관계 공무원들에게 혼선을 준 점과 국민들에게 깊은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비난의 화살이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번 논란의 모든 잘못은 대구시장인 나에게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질책은 달게 받겠다”며 “대구시민들과 지역 의료계에 대한 비난은 멈춰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예산이 집행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백신 구매 제안 배경도 설명했다. 올해 초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백신도입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을 때 한번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4월 28일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독일에서 백신을 도입할 수 있으니 대구시 차원에서 구매의향서를 보내자고 제안했을 때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 후 구매의향서를 보내는 것까지는 대구시가 하도록 협의했다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전언을 듣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추가 협의 없이 대구시장 명의의 구매의향서를 보내도록 허락했다.

앞서 대구시는 대구지역 의료기관 협의체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외국 무역회사의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3000만명분 구매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확인 안 된 제품”이라며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온라인과 정치권 등에서 ‘백신 사기를 당했다’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권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