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찰 조직개편안 중립성·독립성 심각하게 훼손시킬 우려”

입력 2021-06-08 14:20

대검찰청이 법무부가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일선 청이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때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것에 대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이 개편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 내부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직제 개편은 물론이고 곧 예정된 중간 간부급 인사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검은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부장회의를 열고 ‘2021년 상반기 검찰청 조직개편안’에 대해 논의한 뒤 이와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8일 밝혔다. 대검은 “검찰의 인권보호 및 사법통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직개편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검찰청의 조직개편은 검찰청법 등 상위 법령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이 약화되지 않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특히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 착수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을 두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감독권을 제한할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특정 부서만 직접 수사를 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규정한 형소법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청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접 수사 범위를 직제로 제한하는 셈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검은 “국민들이 민생과 직결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해주길 바라더라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하고, 그 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형사부 전문화 등의 방향과도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검은 차치지청·부치지청에서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하려면 검찰총장 요청에 이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형사부의 직접수사에 대한 검찰총장 승인 등의 통제 방안은 수사절차에 관한 것이므로 업무분장을 규정하는 직제에 담기보다는 대검 예규나 지침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관련해 예규를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2년 전 법무부 차관 재직 시 직접 수사부서 축소를 추진한 김 총장은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를 부활시키자는 의견도 개진했다. 당시 수사부서 축소 시 검찰에선 항만이 있는 제2의 도시 부산에 인지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법조계에선 ‘방파제 역할’을 다짐했던 김 총장이 검찰 조직의 입장 대변을 통해 내부 구성원 결속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 총장은 취임 직후 전국 고검장들로부터 직제개편안의 문제성, 합리적 인사의 필요성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우려의 말씀들을 들었다. 검찰을 잘 운영해보겠다”고 답했다.

법무부가 대검의 입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박 장관은 이날 “(반대 입장이)상당히 세더라.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총장과 재차 협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상황을 봐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