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연기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8일 오전 10시부터 301호 법정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이날 검찰은 오 전 시장에 대해 구형하고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씨 측에서 양형 조사를 신청함에 따라 2주 후로 연기됐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재판을 5분여 앞두고 법원 후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은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이동했다.
오 전 시장은 ‘결심 공판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여성단체에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등의 질문에도 “죄송합니다”고 거듭 말했다.
한편 피해자 A씨는 이날 결심공판을 앞두고 오 전 시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는 “작년 4월 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해가 떠 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놓고 산다.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저를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 뜨는 것 보고 잠에 든다”며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고 했다.
또 A씨는 오 전 시장이 재판을 앞두고 편지를 보내 합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을 한 달여 앞두고 변호사가 오씨 측의 편지를 받았다”며 “1년 동안 어떤 사과 없이 온갖 2차 가해는 다 하다가 재판 한 달 앞두고 갑자기 보낸 편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도 사과할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반성하는데 저 사람의 편지에는 그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직후부터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오거돈 변호사가 느닷없이 상담소로 찾아와 뒤늦게 사과하는데 우리 가족에게도 올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A씨는 끝으로 “오거돈의 범죄는 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또 국민들에게 정치혐오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다. 제2, 제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오 전 시장의 결심 공판은 21일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