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부모 어느 대학 나왔니?”…대학 ‘갑질 채용’ 여전

입력 2021-06-08 11:48 수정 2021-06-08 16:38

광주지역 특정 사립대와 신학대가 1970~80년대 유행하던 직원 채용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자 가족의 최종 출신학교, 직장명, 직위, 차량 소유 여부 등 필요 없는 개인정보를 채용 지원서에 적도록 하고 관행적 ‘학력차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8일 “광신대학교가 2019년 8월 21일 직원 채용 모집공고를 하면서 응시자 가족의 각종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학 직원의 주요 업무가 학력 등 개인정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서류·면접 등 평가에 활용하겠다는 이유로 응시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대학은 채용 응시자 가족의 성명과 나이는 물론 최종 출신 학교명과 종교, 출석교회, 직장명(직위 포함), 출신지, 차량 소유 여부 등을 가족 사항란에 자세히 적어내도록 했다.

시민모임은 또 이 대학이 직원 응시 자격을 전문대 졸업자 이상으로 제한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는 “학력 등이 업무 능력과 관련이 깊다는 객관적 기준이나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학력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광신대는 지원자 세부자격을 ‘대학 또는 전문대학교 졸업자’로 제한해 모집공고문을 냈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의 대표적 사립대인 조선대 역시 2020년 정규직원 채용 때 직무와 무관한 석사, 박사 등 ‘학력’에 따라 서류전형 배점을 달리하고 2021년 계약직원 채용 때는 학위취득과 수료 여부 등을 세부적인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규직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는 업무수행 능력과 무관한 ‘용모’를 평가항목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고학력자를 우대하는 것은 개인의 특성을 도외시하고 고용의 목적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학력 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학력자 위주의 채용은 나아가 경쟁 대상의 심리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초래하는 등 명백한 차별행위라며 투명하고 합리적 선발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명문 사립대인 고려대와 연세대 등 수도권 대학의 직원 채용과정에서 출신학교별 점수 부과 등 차별행위가 드러나 교육부가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공익을 위해 필요한 때에만 고학력자를 우대하는 등 채용기관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며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불러오는 만큼 ‘학력란’을 처음부터 가리는 등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위한 관계 법령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