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배상, 청구 못한다’ 판결에 日언론이 보인 반응

입력 2021-06-08 10:42 수정 2021-06-08 11:25

일본 언론이 한국 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각하 판단에 대해 8일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내리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피해자들에 사실상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2018년 10월 일본 기업의 징용 피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엇갈린 판단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 법원이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원고 주장을 배척한 건 대법원 판단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다만 원고 측이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라 현재로선 악화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그러면서 “한국 재판은 정치나 여론의 움직임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보수와 혁신(진보)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풍토에서 판사 개인의 정치적 입지가 명확해지기 십상”이라고 평했다. “판사 인사가 정권의 의향에 좌우되는 일도 많다”고도 했다.

아사히신문(아사히)은 이번 판결이 “청구권협정에 강제 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권한도 포함된다고 명기했다”면서 “역사 문제로 인해 악화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이어 “국제법적 관점에서 보면 청구 각하로 판단한 것이 타당하다”고 논평한 나고야대학 미즈시마 도모노리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이례적인 판단이 나왔다”며 이번 판결을 상세히 소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징용 문제의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는 데다 다른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은 이미 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이 인용한 일본 외무성 간부들 역시 “(일본 기업이) 패소한 것보다는 잘된 일이나 숲 전체를 보지 않고는 평가하기 어렵다”라며 “이번 1심 판결만으로 한·일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