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숨지고 9세 소년만 생존…캐나다 증오범죄 참극

입력 2021-06-08 08:53 수정 2021-06-08 10:25
AP연합뉴스

캐나다에서 보행로로 돌진한 픽업트럭에 치여 무슬림 일가족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이를 계획된 증오범죄로 보고 가해자에게 테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 AP통신은 7일 오후 8시40분쯤(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74세 여성, 44세 여성, 46세 남성, 15세 여성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들의 지인은 숨진 이들이 각각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10대 딸 등 3대에 걸친 가족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14년 전 파키스탄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이슬람 신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인 9세 소년은 크게 다쳐 입원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차도에 있던 트럭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도로 돌진하더니 이들 가족을 치고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용의자인 20세 남성 너새니얼 벨트먼은 사건 현장에서 6㎞ 정도 떨어진 쇼핑센터에서 체포됐다. 그는 희생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고의적인 행위로 피해자들이 이슬람교를 믿었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사전에 계획됐고 증오가 범행 동기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벨트먼에겐 일단 4건의 살인 혐의와 1건의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그에게 테러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벨트먼은 범죄 전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벨트먼이 특정 증오집단 소속인지와 공범 여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에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슬람 혐오는 캐나다 지역사회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은밀하게 퍼지는 비열한 증오를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도 트위터에 “증오와 이슬람 혐오는 온타리오주에서 설 자리가 없다”면서 “이런 악랄한 폭력 행위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 홀더 런던시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증오에 뿌리를 둔 집단 살해”라며 “3대가 사망한 가족의 희생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