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평택항 故이선호 사망사고에 “불법파견 가능성”

입력 2021-06-07 19:03
김규석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평택항 (주)동방 평택지사 사망사고 관련 추진 사항'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1.6.7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평택항에서 숨진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 사망사고를 조사한 결과, 사고를 낸 원청업체 ‘동방’과 이씨가 속한 하청업체의 계약이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규석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재해자(이선호씨)는 우리인력과 근로계약이 체결돼 있었지만, 실질적인 작업 지시는 동방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인력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 관련 수사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방은 하청업체인 우리인력에 일감을 맡기는 단순 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씨에 대한 광범위한 작업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을 지시, 감독하는 것은 불법이다.

노동부는 이번 사고 발생 원인으로 ▲사고 컨테이너에서 고정핀 장착 등 벽체 전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점 ▲ 중량물 취급 작업을 여러 명이 할 때 사고 예방을 위해 적절한 신호나 안내를 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점 ▲ 지게차 활용이 부적절한 점 등을 지적했다.

또 동방이 이씨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은 점, 해당 작업의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 등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위험 작업은 구체적인 작업계획서에 따라 진행돼야 하나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점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이번 주 중 수사를 완결하고 책임자를 형사 입건할 예정”이라며 “법 위반 사항에는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방의 원청 업체인) ‘동방아이포트’도 입건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방아이포트는 선사와 항만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하역운송 작업을 동방에 외주화한 업체다.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비상조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평택항에서 작업 중 숨진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1.6.7 연합뉴스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면 경찰과 노동부가 ‘투 트랙’으로 수사한다. 그중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사고 직후인 4월 26∼27일 노동부는 동방 평택지사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벌여 위법 사항 17건을 적발하고 1천 9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또 노동부는 해양수산부 등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평택뿐 아니라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등 전국 5대 항만 특별 점검과 동방 전국 지사 특별감독도 진행 중이다. 5대 항만 특별 점검에서는 컨테이너 화물 취급·운영사 22곳 중 18곳을 점검 완료했다.

그중 사고 예방에 필수적인 안전 통로를 확보하지 않거나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 다수의 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작업 계획서도 없이 중량물을 취급한 사례도 여럿 확인됐다. 당국은 이들 업체에 시정 지시 193건을 내리고 과태료 1억 3000만원을 부과했다.

동방 전국 지사 특별감독은 현재 15개 지사 중 9곳의 감독이 끝났다. 노동부는 위법 사항 57건을 적발해 사법 조치하고 과태료 4000여만원을 부과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