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숨진 딸 대신 손녀 키운 외할아버지, 사위에 양육비 청구 가능”

입력 2021-06-07 17:26

가정법원이 부모의 친권 중 일부를 제한하고 미성년 후견인에게 양육권을 행사하도록 결정한 경우 미성년 후견인이 비양육친(자녀를 기르지 않는 부나 모)에게 양육비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A씨가 2016년 6월 자신이 양육하던 손주의 친권자를 상대로 청구한 미성년후견 및 친권상실심판에서 A씨의 청구인 자격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외할아버지인 A씨는 2016년 5월 자신의 딸이자 손주의 모친인 B씨가 사망하면서부터 손주를 직접 양육해왔다.

B씨는 2006년 남편 C씨와 혼인신고 후 6년 뒤인 2012년 12월부터 C씨와 별거하면서 자녀를 돌봤다. 이후 C씨에 2014년 9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6년 5월 B씨가 사망하면서 소송은 종료됐다.

B씨와의 이혼소송 중 사전처분에 따라 B씨에게 양육비로 월 70만원씩 지급하던 C씨는 B씨의 사망 이후부터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손주를 양육하며 2016년 6월 C씨를 상대로 미성년후견 및 친권상실심판을 청구했다.

2018년 5월 ‘C씨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징계권·기타 양육과 관련된 권한 등을 제한하고 A씨를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친권 일부 제한 및 미성년후견인 선임 결정이 확정됐다.

1심은 A씨에게 청구인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청구인 자격을 인정하고 청구 중 일부를 인용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을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미성년후견인이 미성년 자녀를 충분하게 보호·교양하기 위해서는 양육비의 원활한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미성년 자녀를 충분히 보호·교양할 수 없게 되면 친자법의 기본 이념인 ‘자녀의 복리’와 이를 위해 개정을 거듭해온 민법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녀의 복리를 위해 미성년후견인이 비양육친에 대한 양육비 청구를 긍정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해 친권 일부 제한으로 양육권을 갖게 된 미성년후견인도 민법 제837조를 유추적용해 비양육친을 상대로 양육비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