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최근 군과 관련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했다. 부실급식 논란과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대책을 논의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휘관의 의사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현재 군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개별 사안을 넘어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근본적인 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병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지 하루만에 내린 지시다.
군내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이 가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잘못된 병영문화라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했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특별히 민간위원의 참여를 당부한 것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내놓기 위해서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군은 특수성을 이유로 민간과 다른 군사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검사는 부대 지휘관에게 사건을 보고하며 구속영장 청구 시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이 중사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 대통령이 관련 법 개정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국방부가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다. 고등군사법원 폐지와 군사재판 항소심을 민간(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박 대변인은 “군 사법제도 개혁을 통해 사법의 독립성과 군 장병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군 사법제도 개혁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장교의 식판과 잔반 등을 사병이 처리한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장교는 장교 역할이 있고, 부사관은 부사관의 역할이 있고, 사병은 사병의 역할이 있다. 역할로 구분이 돼야 하는데, 신분처럼 인식된 면이 있어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