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 이직하면 나한테 죽어”…네이버 노조, 사망직원 메시지 공개

입력 2021-06-07 16:41
오세윤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왼쪽 네번째)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이 주변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가 공개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메신저 대화를 토대로 과도한 업무와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지시 등이 고인의 사망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평인을 물론 주말에도 낮과 저녁 등 시간과 관계없이 고강도의 업무를 했다. 올해 5월 서비스 신규 출시 전후에도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인들과 함께하는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서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관리)하기 어렵다”라거나 “장애 터져서 3일 동안 죽을 뻔 했네요ㅠ” 등의 메시지로 업무 과다를 호소했다.

고인에게 업무가 몰린 까닭은 상급자인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팀원들의 잇따라 퇴사했지만 직원은 충원되지 않은 인력 상황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연달아 직원들이 퇴직하자 임원 A씨는 팀원과 고인이 모인 회의자리에서 “팀원이 이직하면 OO님(고인)은 나한테 죽어요”라고 말했고, 고인은 동료에게 “인력 부족으로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겨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나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 사무장(왼쪽 다섯번째)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나 네이버지회 사무장은 이날 노조 자체 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은 팀원은 적고 업무는 많아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게 회사를 나가란 건지 정말 일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고인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모욕적인 언행을 습관적으로 해온 정황도 알려졌다.

한 사무장은 “임원 A씨는 동료에게 일주일 내로 이력서 100장을 받아오라고 한 뒤 이력서 2장을 가져오자 ‘농담 식으로 일을 한다’며 크게 화를 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료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밥을 사달라’는 모욕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폭언에도 불구하고 임원 A씨는 연봉인상률이나 스톡옵션, 보직해임 등 고인의 인사 전반을 결정하는 책임자로 있어 고인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노조는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상세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며, 네이버에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과 사내망 접속 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 A씨간의 사내 매신저 기록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을 사실상 사측이 방조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2019년 1월31일 임원 A씨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함께 참여한 회의에서 일부 직원들은 임원 A씨에 대해 따졌다. 이에 최 COO는 임원 A씨의 문제가 있다면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올해 3월 초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도 A씨의 문제가 거론됐으나 논의가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고인과 동료들이 2년 가까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 절차를 밟아 개선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면서 “무책임하게 방조한 회사 역시 고인의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