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매달 1兆 이상 지출… 가을이면 예산 동난다

입력 2021-06-07 15:26
김영중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5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코로나19 장기화로 1~5월 실업(구직)급여 지급액이 월평균 1조원을 훌쩍 넘어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가을 이후 실업급여 지급 예산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7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6억원(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직급여 수혜자와 지급 건수는 각각 2만6000명, 3만6000건 늘었다.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부터 넉 달 연속 1조원을 웃돌았고 총 지급 규모는 5조3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1조780억원이 지급된 셈이다. 올해 정부가 책정한 실업급여 예산은 11조3486억원이다. 현재 추세라면 11월도 못 넘기고 가을 이후 예산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실업급여 예산을 늘리려면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추가경정예산 집행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고용부도 사실상 적자 상태로 고용보험기금이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올 연말 기준 고용보험기금에 남아 있는 돈은 5조원 가량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기금 상황이 안 좋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받아온 예수금이 7조9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연 이자만 1000억원에 달한다.

7월부터는 택배기사·보험설계사 등 14개 직종의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약 130만명이 고용보험 가입자에 포함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더 악화해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실장은 “고용보험료를 인상해야 할 시점은 올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위기가 지속하고 있어 요율 인상을 이야기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426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만3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5월에 역대 최저 수준(15만5000명)으로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모든 연령대에서 30대만 유일하게 감소세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보다 1만3000명 줄어 2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1만2000명 감소한 반면, 공공행정 등 정부 일자리 사업 직종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