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인력 20% 이상 감축…신도시 조사기능→국토부로

입력 2021-06-07 11:00 수정 2021-06-07 12:42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LH혁신방안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체질 개선을 위해 인력 20% 이상을 감축하고 취업제한 고위직을 현재 7명에서 529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개발 정보를 사전에 활용하는 등 비리 여지를 없애기 위해 공공택지 입지 조사 권한은 국토교통부로 회수한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 등 LH 조직 개편안은 추가 논의를 거치겠다며 중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혁신 TF가 석 달여 간 검토하고 두 차례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최종안이다.

혁신안은 비대해진 LH 조직을 효율화하는 것을 목표로 기능과 인력을 과감하게 줄이고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통제장치를 구축하도록 전관예우나 갑질 등을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한다. 신도시 등 신규택지의 계획 업무를 국토부가 직접 수행해 정보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간 협력사업(G2G)을 제외한 신규 해외투자 사업은 중단하고, 컨설팅 업무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넘긴다.

이 같은 기능 조정, 이관 등을 통해 일차적으로 약 1000명의 인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후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 조직을 정밀 진단해 1000명 이상을 추가 감축키로 했다. 전체 1만명 수준인 LH 인력의 20% 이상을 줄이는 게 목표다.

경영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향후 3년간 고위직 직원의 인건비를 동결하고, 경상비 10% 삭감, 업무추진비 15% 감축을 추진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도 제한키로 했다.

작년도 경영평가 시 평가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과거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해당연도 평가결과를 수정해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할 예정이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취업제한 대상자를 현재 임원 7명에서 이해충돌 여지가 큰 고위직 529명으로 대폭 늘린다.

설계 공모나 공사입찰 등 각종 심사를 위한 위원회에서 LH 직원은 원천 배제하고, 임대주택 매입 시 직원과 친척의 주택은 제외하기로 했다.

토지 부당 취득을 막기 위해 현재 LH 임원 7명에 대해서만 이뤄지던 재산 등록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매년 1회 부동산 거래 조사를 시행한다.

모든 직원은 실사용 목적 외에는 원칙적으로 토지를 취득할 수 없으며, 실수요 목적 외 주택이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처분하지 않으면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키로 했다.

이에 더해 임직원이 가지고 있는 토지 현황을 신고, 관리하는 임직원 보유토지 정보 시스템을 마련해 신도시 등 사업지구를 지정할 때 지구 내 토지소유자 정보와 임직원 보유 토지 정보를 대조할 계획이다. 만일 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나면 수사도 의뢰한다.

그러나 이날 혁신안에 LH 조직 자체를 쪼개는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정은 단순한 슬림화를 넘어선 조직 재설계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LH의 핵심 업무인 주거복지 기능과 주택공급 기능을 떼어 놓을 경우 적자 사업과 흑자 사업의 분리로 인한 부작용 등이 우려돼서다.

일단 제시된 조직 개편 방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방안(1안)과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 분리하는 안(2안) 등이다. 2안을 기본으로 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하고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모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3안을 주장했지만 당정 협의 과정에서 “해체수준의 개혁”의 대안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LH 조직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되며, 주거복지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원칙 하에 추후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제시된 LH 혁신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내규 개정 등 LH 조치사항은 과제별 이행계획을 작성해 관리하고 이행실적을 분기마다 점검할 예정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