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인 의사에게 미약한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됐다는 사실만으로 의사면허 자격을 정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정형외과 전문의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17년 9월 술을 마신 상태로 야간진료를 봤다는 이유로 복지부로부터 1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복지부는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야간진료를 했고 이는 비난 가능성이 큰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를 신고한 사람은 환자 B씨였다. 2017년 9월 6일 오후 8시46분쯤 B씨는 병원 휴게실에서 A씨가 와인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의사가 와인을 마시고 환자를 봤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음주감지기로 A씨의 음주를 확인했다. 음주감지기에는 0.05% 이하의 낮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격정지에 불복한 A씨는 “야간진료 전 술을 마신 적이 없고 진료에 지장 있을 정도의 주취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아니디”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낮았고 실제로 진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면허 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전날 마신 술의 영향으로 약한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B씨가 직접 목격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A씨와 B씨 사이 갈등 관계가 있었던 점을 보면 B씨의 진술만으로 A씨가 술을 마셨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술을 마시고 진료했더라도 A씨에게서 감지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낮고 진료받은 다른 환자가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오히려 A씨로부터 치료를 잘 받았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비춰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해당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