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추행 사건’ 늑장 수사 정황…영장 받고도 집행X

입력 2021-06-06 21:59 수정 2021-06-06 22:19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공군 검찰단이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과 관련해 늑장 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가해자인 장모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장 중사가 임의제출할 때까지 집행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6일 공군에 확인한 결과, 공군 검찰단은 지난달 21일 이 중사 사망 직후 가해자가 ‘성추행 사망사건 관련해 주변인 또는 사건 관계인들과 휴대전화로 주고 받은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우려된다’며 가해자 조사(5월 31일) 이전 주에 군사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공군 검찰단은 이 영장을 바로 집행하지 않았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군 검찰은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지 않을 경우 영장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순순히 제출해 집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가해자는 피해자 사망 이후 9일간 휴대전화에 담긴 불리한 내용들을 삭제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의원 측 주장이다. 다만 군 검찰은 가해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임의로 삭제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공군 검찰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두 달간 가해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군사 경찰이 4월 7일 가해자 장 중사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지만 공군 검찰이 가해자를 조사한 건 그로부터 55일 만인 지난 5월 31일이었다.

그나마 지난달 이뤄진 가해자 조사도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앞당겨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애초 6월 4일 피해자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가해자를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피해자가 사망해 조사 일정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