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공정’ 선점에…여당 대권주자 슬로건 경쟁도 본격화

입력 2021-06-07 05:00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이 다가오면서 여당 대권주자 간 슬로건 경쟁도 곧 본격화할 태세다. 슬로건은 시대정신을 함축하고, 후보의 강점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특히 야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 정권교체를 주장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여권 주자들이 어떤 슬로건을 내세울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여당에서 대선 슬로건을 확정한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가 유일하다.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지난달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낙점하며 중산층 어필에 주안점을 뒀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심화되는 사회격차 및 불안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적 사회보호’를 주내용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6일 “이 전 대표의 슬로건은 중산층 경제를 두텁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이 전 대표 핵심 정책공약인 ‘신복지’는 국가보다 개인의 삶과 행복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장과 공정’을 동시에 강조하는 슬로건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의 대권 행보를 뒷받침할 싱크탱크 이름도 ‘성장과 공정 포럼’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지사는 성장과 공정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다”며 “현재 30여개의 슬로건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를 토대로 정책적 역량을 강조하는 슬로건도 후보군 중 하나라고 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지만, 이 지사 측에서는 오히려 이 지사의 정책 능력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사실상 이 지사가 만든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리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경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슬로건을 출마선언 즈음 발표할 예정이다. 정 전 총리가 그동안 ‘회복’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왔고, 기업인 출신인 만큼 경제인의 이미지를 강조해 코로나19의 완전한 회복과 경제 도약을 슬로건을 통해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총리는 다른 후보에 비해 경제에 밝고, 온화한 이미지가 있기에 네거티브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하는 슬로건을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총장은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공정’과 ‘정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결국 자신이 겪었던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 등을 문제 삼으며 공정을 외치지 않겠느냐”며 “동시에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강한 국가관’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전 총장이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울 경우 이 지사와는 ‘공정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그동안 ‘공정한 사회’ ‘불공정 타파’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공정은 일찌감치 이 지사가 선점한 가치다. 검찰총장의 공정과 이 지사의 공정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냐”고 일축했다.

슬로건 경쟁은 역대 대선에서 시대정신을 함축적으로 드러내왔다. 2012년 대선은 ‘복지’ 관련 슬로건이 주를 이뤘다. ‘저녁 있는 삶’(손학규) ‘사람이 먼저다’(문재인)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박근혜)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대선에서는 ‘개혁’이 주요 슬로건으로 등장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나라를 나라답게’,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은 합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정의로운 세상! 용감한 개혁!’을 내세웠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