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대검찰청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를 결재 요청한 지 4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신속한 결정은 앞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새 지휘부가 사건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간 복잡해진 보고 계통의 정리도 동반돼야 한다. 중간간부급 인사로 수사팀도 바뀔 경우 사건이 표류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난 4일 검찰 인사 결과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비서관 등의 사건을 김관정 신임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하고 그의 지휘를 따르게 됐다. 신임 수원지검장으로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임하지만, 수원지검장의 형사3부 지휘 업무는 아직 수원고검장 앞으로 돌려져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9년 반부패강력부에서 근무했던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지난 2월 지휘를 회피함에 따라 관련 업무를 오인서 수원고검장에게 맡기는 직무이전 명령을 내렸었다. 이 직무이전 명령은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해제한다면 신 지검장이 관여할 수 있다.
대검은 대검대로 이 사건의 지휘 관계가 복잡하게 돼 있다. 2019년 3월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보고받았던 김 총장도 수사팀의 조사를 받았고, 총장 취임 이후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전보된 이는 애초 지휘를 회피했던 문 지검장이다. 결국 대검 차장검사로 부임하는 박성진 부산고검장이 사건을 검토한 뒤 최종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으로서는 이 비서관 기소 필요성을 새 지휘부에 다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13일 이 비서관 기소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뒤 수사 내용을 몇 차례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을 둘러싼 전 과정에 개입했으며, 일련의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대검은 수사팀 의견과 다른 지휘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검사장 인사가 임박하자 “새 지휘부가 구성되면 그 지휘를 따르자”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관 기소 여부가 검토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인사철을 맞으면서 속도감 있는 사건 처리는 어렵게 됐다. 수사팀은 이 비서관의 기소가 결정되면 사건 배후에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해서까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수사팀은 여전히 대검으로부터 기소 승인과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윗선’ 조사를 확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여러 증거들을 수집하고 기록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 비서관 기소 여부 결정보다 이 부장검사의 인사를 먼저 보게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검찰은 8일 국무회의에서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면 중간간부급 인사가 곧 뒤따를 것이라고 본다. 한 검찰 관계자는 6일 “지휘부에 이어 수사팀도 교체되면 기록은 원점에서 검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