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검찰에 돌려보냈던 사건을 다시 달라고 요청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수사 지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문홍성 수원지검장과 김모 차장검사, A검사 3명의 사건 이첩을 요청하는 공문을 검찰에 보냈다. 이들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근무하면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문 지검장, 김 차장, 이규원 검사 등 피고발인 신분의 검사들 사건을 지난 3월 공수처에 이첩했다.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에 이첩한다는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른 이첩이었다. 공수처는 인력 문제 등 수사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원지검에 해당 사건들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공수처가 ‘최종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검찰의 반발을 불렀다. 공수처는 사건을 넘겼지만 기소권은 공수처에 있다는 취지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공수처가 한번 이첩한 사건을 다시 돌려 달라는 것은 법규정에 맞지 않는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비판했었다.
검찰은 지난달 이 지검장을 수사외압 혐의로 기소한 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배용원 전주지검장, 이현철 서울고검 검사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역시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른 것이었다. 해당 사건을 검토 중인 공수처가 앞서 돌려보냈던 문 지검장 사건까지 다시 이첩해 달라고 추가로 요구한 셈이다.
공수처는 이번 이첩 요청과 관련해 “공수처법 24조 1항에 따라 이첩 요청을 했다”며 “법상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하므로 사건이 이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수사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 수사의 진행 정도 등에 따라 공수처가 이첩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검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과 협의를 거쳐 사건 이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이번 요청이 사실상 24조 1항의 변칙적 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사건을 돌려 보낸 뒤에도 24조 1항을 근거로 언제든지 다시 넘겨 받겠다는 것 아니냐”며 “공수처가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하겠다는 것이라 공수처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김오수 검찰총장은 오는 8일 첫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유보부 이첩 등 양 기관 갈등이 풀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