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정치적 의지를 밝히는 등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메시지 정치’를 넘어 대중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일반 묘역에서는 월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을 깨고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4‧7 재보궐선거 당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0)와 사전투표장에 등장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희생자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내겠다는 표현을 통해 대권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 1월 4일 현충원에 방문해서는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방명록을 남겼다.
통상 정치인들이 현충일 당일 현충원을 참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메시지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하루 전 방문해 이를 알리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16일에도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국민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일정을 거듭 노출하면서 공식적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예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 사퇴 후 노동, 외교·안보, 반도체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조용히 소통하며 공부를 해왔으나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윤 총장은 2주 전에는 권성동 정진석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접촉했고, 시사평론가인 장예찬씨와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을 찾았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