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병영폐습, 반드시 바로잡겠다”…병영문화 전면개편 불가피

입력 2021-06-06 16:37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제66회 현충일인 6일 군내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공군 중사와 관련해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군 장병들의 인권과 사기, 국가안보를 위해 병영문화 폐습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이 중사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공식 사과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악습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부조리한 병영문화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보훈은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의 인권과 일상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주로 과거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던 지난 4년간의 추념사와 다른 기조다. 군인 복지·인권 관련 문제가 이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직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유족에게 “얼마나 애통하시냐”고 위로했다. 이 중사 부친이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전국 군 주요지휘관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병영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병영문화 개선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해왔다. 그럼에도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 장병 휴대전화 사용 허용 등 정부 차원에서 병영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위계 서열에 의한 부조리 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지금 병폐를 도려내지 않으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 중사 사건 발생 이후 연일 강도 높은 군 개혁 메시지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했다. 4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이 중사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80분 만에 이를 수리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나는 우리 군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며 군에 다시한번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 내내 자신을 ‘저’라고 낮춰 불렀다.

반면 군 개혁을 강조하는 부분에선 ‘나’라고 지칭했다. 문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군에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국방개혁비서관실을 중심으로 국방부가 곧 내놓을 병영문화 개선방안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