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앗아간 탱크함정…군청 ‘깜빡했다’ 답변에 분개”

입력 2021-06-06 15:25 수정 2021-06-06 15:30
지난달 6일 50대 굴삭기 기사가 연천군 차탄천에서 준설작업을 하다 탱크함정에 빠져 숨졌다. 빨간 원안은 깊이 2m의 탱크함정의 모습. 유가족 제공

경기 연천군에 있는 하천에서 준설작업을 하다 탱크함정에 빠져 숨진 굴삭기 기사 최모(55)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번만 도와주세요.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연천군이 발주한 개천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하천 바닥에 탱크함정이 설치돼 있었지만, 군은 아버지에게 이런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바로 신고해주신 주민 말에 의하면 아버지가 함정에 빠지기 전 푹 꺼지는 지형인지 바닥을 굴삭기로 찍으며 내려갔다고 했다”면서 “그 얇은 개울물도 이렇게 확인하는 36년 경력 베테랑 기사인 아버지가 왜 사고를 당했는지 아느냐”고 했다.

이어 “바로 함정 위가 두꺼운 콘크리트 상판으로 덮여 있고 20톤 이상의 무게가 지나갈 경우 무너지게 하는 ‘탱크함정’이기 때문”이라며 “아버지가 타신 장비는 30톤의 굴삭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찰 과정에서 명시된 무허가 장비, 무보험, 안전요원 상주 규정, 관리 감독, 시방서, 현장 도면 등 다 적기도 힘들 만큼 많은 규정을 전부 무시하고 진행됐다”며 공사과정에서 연천군의 관리감독 부실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해당 사고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가 ‘오래전 지은 구조물이라 깜빡했다. 아버님이 사고 나신 후 (탱크 함정이 있다는 사실이) 바로 생각났다’라는 말을 했다”며 분개했다.

그는 “연천군청 측이 이를 국방부 책임으로 돌리며 회피하고 있다”면서 “저희 아버지는 익사로 판정받고 돌아가신 지 7일 만에 겨우 장례를 치렀다. 아버지를 이렇게 억울하게 보내드릴 수 없다. 도와달라”고 했다.

앞서 글쓴이는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와 관련된 청원을 게재했다. 해당 청원은 6일 오후 3시 기준 1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6일 연천군 차탄천에서 개천 공사를 하다 탱크함정에 빠져 실종됐다가 다음 날인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탱크함정은 전쟁 시 적군의 전차를 무력화하기 위해 파놓은 곳으로, 20톤이 넘는 전차가 지나면 얇은 콘크리트 상판이 부서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몰랐던 최씨는 30톤이 넘는 굴삭기를 몰고 탱크함정에 올랐고, 지나던 중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변을 당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