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야근 등 과로에 시달리다가 회식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한 공군 부사관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공군 부사관 A씨의 배우자 B씨가 “유족연금 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소속 부대 회식에 참석했다가 저녁 8시쯤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고, 부검결과 사인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내벽이 떨어져 나가는 관상동맥 박리증이었다. B씨는 국방부에 유족연금을 신청했지만 국방부는 “공무와 사망 원인이 됐던 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A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A씨는 외박·외출·휴가 병사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 병사 스트레스 관리, 병영생활 건의사항 수렴 후 조치 등 15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통에 조기 출근과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다. A씨가 사용하던 사무실 컴퓨터의 로그인·로그아웃 기준 사망 전 1주일 근무시간은 60시간에 달했다. 그는 사망 전날도 부대 나눔 바자회 행사에 참석했고 준비와 뒷정리까지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컴퓨터 접속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A씨의 근무시간은 사망 전 12주 동안 주 평균 51.4시간으로 결코 적지 않았다”며 “사망과 근접한 시점엔 추석 연휴에도 내내 출근했고, 보직 특성상 평소 자유로운 휴가도 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과로 및 스트레스 등 업무상 부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이 발생했거나 기존 질병이 현저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과 공무 수행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