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조직적 무마·은폐 시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애도를 표시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현충일이었던 이날 문 대통령은 추모소 방문에 앞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모식에 참석하고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오전 11시46분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의 추모소를 찾았다. 추모소에 6분여간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이 중사의 부모에게 “얼마나 애통하시냐”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답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 부모님의 건강이 많이 상했을텐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얘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추모소에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 뿐 아니라 이번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인에 대한 애도, 유가족에 대한 위로, 국민의 아픔에 대한 공감 의미를 담아 추모소를 방문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격노를 표시했는데, 앞으로 다시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병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이번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에 대해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어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었다.
지난 4일엔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사의를 80분 만에 수용하며 군 지휘부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를 보였다. 5일엔 이 중사의 추모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