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에 시달리다가 회식 자리에서 심장병으로 사망한 공군 부사관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숨진 군인 A씨의 배우자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 지급거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공군 한 부대에서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10월 17일 부대 회식에 참석했다가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관상동맥박리증으로 확인됐다.
공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는 순직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공무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A씨 배우자는 국방부의 처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군인연금급여 재심위원회에서도 청구를 기각하자 작년 1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 등 업무상 부담으로 관상동맥박리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병이 현저하게 악화해 상병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전산 기록을 살펴보면 A씨는 사망 전 1주 동안 근무시간이 총 55시간11분에 달했으며 사망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48.4시간가량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실제 A씨의 근무시간은 이보다 훨씬 길었던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가 매우 다양하고 조기 출근이나 야근하는 경우가 잦았던 점을 고려하면 컴퓨터 접속시간을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더 적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추석 연휴 기간에도 내내 출근한 점, 진급 심사를 위해 쉬는 날에도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점, 휴가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 씨가 단기적·만성적 과로로 적지 않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