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빛의조’…팬과 약속지킨 황의조 세리머니

입력 2021-06-06 05:51 수정 2021-06-06 09:42
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골을 넣은 뒤 이재성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년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뛰면서 멀티골을 폭발시킨 황의조(29·보르도)가 자신에게 70점을 줬다. 그는 남은 두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황의조는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5차전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폭발하며 한국의 5-0 쾌승에 앞장섰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한국을 상대하는 여느 아시아 중하위권 팀처럼 수비를 위해 잔뜩 웅크리는 전략을 취했다.

황의조는 최전방을 크게 휘저으며 투르크메니스탄 수비망에 균열을 냈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공격권을 되찾기 위해 강한 압박을 가했다. 전반전 한국 공격수 중 가장 활발하게 전방 압박을 한 선수가 황의조다.

무엇보다 황의조가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해결한 덕에 한국은 수월하게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황의조는 홍철이 왼쪽에서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문전에서 머리로 마무리해 골문을 갈랐다. 후반 27분에는 권창훈이 왼쪽에서 넘겨준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왼발 백힐 슈팅으로 마무리, 쐐기골까지 성공시켰다.

전반 46분에 나온 남태희의 2-0 추가골 장면에서는 황의조의 연계 능력이 빛났다. 권창훈이 황의조와 2대 1 패스를 하고 슈팅을 한 게 상대 골키퍼에 막히자 남태희가 재차 슈팅해 2-0을 만들었다.

황의조는 지난 시즌 보르도에서 최상의 활약을 펼쳤다. 유럽 5대 리그로 꼽히는 리그1에서만 12골 3도움을 올렸다. 12골은 박주영이 2010-2011시즌 AS모나코에서 남긴 한국인 리그1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기록이다.

득점뿐 아니라 수비 가담, 연계 등 모든 면에서 황의조는 유럽 무대 데뷔 시즌인 2019-2020시즌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6월 열린 이란과 평가전 이후 2년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 황의조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축구팬들이 황의조에게 붙인 여러 별명 중에 가장 자주 쓰이는 게 ‘빛의조’로 이는 스트라이커로서 역할을 눈부실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낸다는 뜻이다. 황의조는 이날 이 별명에 100% 이상 부응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골을 넣고 있다. 뉴시스

월드컵 아시아예선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가 열린 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황의조가 선취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골을 넣은 뒤 이재성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골을 넣은 뒤 이재성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황의조는 경기 뒤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라’는 질문에 “70점을 주겠다”고 답했다. “두 골을 넣긴 했지만 더 많은 찬스가 있었는데 놓쳐서 아쉽다”는 이유였다. 후반전 초반에 결정적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격수가 득점 기회가 왔을 때 해결해줘야 팀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고 한 황의조는 선제골에 대해서도 “철이 형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크로스를 너무 잘 올려줬다. 난 그저 머리만 공에 들이댔을 뿐”이라며 공을 동료에게 넘겼다.

선제골을 넣은 뒤 황의조는 이재성과 함께 조명을 손으로 가리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영상에서 팬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세리머니였다. “팬들과 한 약속을 빠르게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한 황의조는 “응원 소리를 들으며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너무 좋았다. 이런 응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2차 예선 두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