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신고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유족은 공군참모총장의 경질성 사임에 대해 “사임하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가해자들 중 직접 사죄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고도 했다.
연합뉴스는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의 분향소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를 만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유족 측은 외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시신이 안치된 곳에 가서 사진을 찍는 과정이 너무 힘이 들어 따로 분향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영안실 올라가서 볼 때마다 왜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여식이 왜 이렇게 차가운 곳에 누워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이 중사의 아버지는 “성폭력 사건은 국방부에 즉시 보고하도록 돼 있다고 하는데 총장도 지휘 라인에 있으니 사퇴를 보류시키고 수사를 했어야 한다”며 “사임이 결정되면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정치적인 경질이 아닌 실질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속된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 외에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대응은 커녕 회유 등에 나서고 일부는 별도의 성추행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직속상관 노 모 준위와 노 모 상사 등도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은) 지금 하더라도 너무 늦었다”면서도 가해자들이 구속되면 부대 내 동료들이 피해 증언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들 가운데 직접 사죄한 사람은 아직 없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을 회유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노 상사에게 이 중사 아버지가 먼저 전화해 항의하자 ‘죄송하다’고 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가 생겼을 때 가족과 함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가족과 단절된 채로 피해자가 견뎌야 한다”며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고인의 죽음을 이용한 정치적 행동이나 의사표시를 반대한다”며 “순수한 추모의 마음만 받고 조의금은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간간이 유족으로 보이는 여성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 조문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도 조문객 4명의 이름만 적혀 있다. 빈소에는 피해자 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보낸 조화 3개만 있다. 국방부나 공군본부 등에서 보낸 조화는 눈에 띄지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