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전직 공무원 발견한 청소업체 “밝아졌었는데…”

입력 2021-06-05 08:05 수정 2021-06-05 08:06
좌측은 MBC 뉴스 화면 캡쳐, 우측은 클린어벤져스 유튜브 캡처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따돌림까지 당해 결국 직장을 그만둔 전직 세무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숨진 전직 공무원을 최초 발견한 청소업체가 분노했다. 이 업체는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의 집을 청소해 주는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인과 인연을 맺고 관계를 이어왔다고 전했다. 업체는 이어 “지난 3월 청소를 요청해 도와줄 때만 해도 굉장히 밝아져 안도했었다”면서 “피의자들은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 사는데 피해자가 무슨 죄라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냐”며 분노했다.

지난 1일 청소업체 클린어벤져스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엔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엔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인 ‘헬프미프로젝트 3화’의 의뢰자분께서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우선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이 출연했던 온라인 영상 클립을 비공개로 전환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클린어벤져스는 “고인과 촬영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로 안위를 계속 체크했고 지난 3월 청소를 요청하셔서 도와드렸었다”며 “굉장히 밝아진 모습에 저희 모두 안도하고 기쁜 마음이었다.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에게 소중하게 사용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큰 액수의 금액을 기부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며칠 전 새벽 1시 저희에게 전화를 주셨고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아서 다음날부터 전화를 계속 드렸지만 받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찾아가 고인의 유지를 최초 발견했다”고 한 업체는 “반려동물ㅇ르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 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했으며 저희가 아는 누구보다 착하고 여리신 분께서 운명을 달리하셨기에 클린어벤져스 멤버들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고 했다.

업체는 또 “반면 세무 공무원으로서 멋지고 번듯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 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고 한다”며 “피의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여전히 잘살고 있고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들게 살아왔다는 생각에 너무도 화가 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며 분노했다.

아울러 “저희는 유족의 부탁으로 고인의 유품 정리 등 이승에서 힘들었던 흔적을 지우려 한다”며 “개탄스럽고 눈물이 난다. 부디 그곳에서는 꽃보다 어여쁘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체는 “부당함을 보고도 묵인하고 거기에 한술 더 떠 단체로 의뢰인을 따돌린 사람들도 똑같은 가해자라고 생각된다”며 “피해자가 무슨 죄라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인천 미추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전직 공무원 30대 여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평소 고인과 연락을 이어왔던 청소업체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해당 직원은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시신을 수습했다.

인천의 한 세무서 소속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7년 9월 회식 중 성추행을 당했다며 50대 공무원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회식 자리엔 동료 직원 7~8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7년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 상황과 2차 피해 호소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팀 전체 회식 날 좋은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고 과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몸을 빼려고 하니 더 밀착하면서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한 A씨는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라거나 너 탄탄대로 걷게 해 준다‘며 XX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A씨는 2차 피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조직을 시끄럽게 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결국 A씨는 직장을 그만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