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은폐 준위와 지휘관, 골프장서 여중사 사망 보고 받았다

입력 2021-06-05 06:27 수정 2021-06-05 06:32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에게 사건을 덮으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관 노모 준위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2일 골프를 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20전투비행단 단장도 이 중사의 사망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치느라 대응이 늦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숨진 이 중사의 상관인 공군 20전투비행단 노모 준위는 TV조선과의 통화에서 “아침에 쳤고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4홀 정도 돌고 있던 중 (이 중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어 바로 장비도 챙기지 않고 (골프장에서) 나왔다”고 지난 4일 말했다.

TV조선은 또 군 관계자를 인용해 노 준위가 이날 오전 6시40분쯤 골프를 치다가 오전 8시20분쯤 골프장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해당 부대엔 오전 8시쯤 상황 보고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한 골프장 이용 금지 기간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중사 유족 측 변호인은 “노 준위가 1년 전에도 피해자를 다른 자리에서 성추행했다”며 군 검찰에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노 준위는 회유·압박과 추가 성추행 등 유족 측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즉답을 피했다. 노 준위는 “현재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TV조선에 말했다.

MBC도 익명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20전투비행단 단장이 이 중사의 사망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치느라 대응이 늦어졌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사가 숨진 지난 5월 22일 오전 8시쯤 20전투비행단장이 골프를 치느라 ‘위기조치반’을 소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대 내에서 부대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위기조치반이 소집돼 공지 방송이 나오는데 부대에 있었는데도 이런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공군은 지난 3일 이 중사 시신 발견 당일 15특수임무비행단과 20전투비행단 모두 골프를 친 관계자가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공군은 이내 이 중사 시신이 발견된 시각 20전투비행단 단장인 이모 준장은 부대안에서 골프 라운딩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위기조치반이 소집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 준장이 골프를 치다가 보고를 받고 상황실로 이동해 위기조치반에 ‘준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 중사가 사망 당시엔 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이어서 위기조치반 소집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15특수임무비행단은 골프를 치느라 대응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 공군 측은 단장이 골프 라운딩 전에 유선보고를 받고 즉시 위기조치반을 소집했기 때문에 늑장 대응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MBC에 “15비행단 단장이 최초로 유선 보고 받은 시점이, 라운딩 전이었다. 그래서 바로 위기조치반을 소집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오늘 당일 두 팀(20전투비행단과 15특수임무비행단)이 참모 격려 골프 회동을 가졌는데, 단장 지시로 전원 복귀하고 아무도 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중사를 회유·압박한 노 준위도 비슷한 시각 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사의 사망 소식을 들은 노 준위는 이후 후임에게 지시해 자신의 골프백을 부대 내 다른 장소에 숨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공군은 지난 3일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회유 의혹을 받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레이더정비반 상관인 노모 상사와 노 준위(레이더 반장)를 보직 해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