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3세 여아를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김모(22)씨의 잔인한 학대가 판결문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11월 전 남편이 집을 나간 뒤 빌라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던 김씨는 다음 달 현 남편 아이를 밴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이듬해 3월 현 남편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그가 근무하는 낮에만 아이를 돌봤다.
현 남편이 퇴근한 시간대와 공휴일엔 원래 살던 빌라에 아이를 홀로 뒀다. 현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이유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엔 마들렌 빵 6~10개, 죽 1개, 200㎖우유 4개 가량을 안방 텔레비전 근처에 두고 아이가 배고프면 스스로 먹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돌아가면 아이가 우유 1개 정도만 남긴 채 대부분을 먹은 상태로 자거나 울지 않고 방에 있었다. 금요일 저녁엔 평일보다 많은 양을 두고 나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돌아갔다. 처음 방치할 때 아이는 생후 24개월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5개월간 빈집에 홀로 뒀다.
김씨가 지난해 8월10일 저녁 빵과 우유 등을 놓아두고 빌라를 나온 뒤 더는 아이를 찾지 않았다. 출산이 임박해 몸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빌라 아래층에 사는 부모 등 지인에게도 아이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출산 후 아이가 굶어 숨졌을 것이라는 걸 인식했지만 두려움에 아이를 찾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아이가 홀로 남겨져도 잘 울지 않는다는 점과 스스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 없이 아이를 빌라에 방치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또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 하나 없는 곳에 홀로 방치된 어린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장시간 겪었을 배고픔과 외로움,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이윤호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선고 공판에서 숨진 아이의 언니로 밝혀진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60시간 아동학대치료이수를 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