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사다리 추락 사고를 당한 뒤 다음 날까지 홀로 방치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 측은 공사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없는 등 사업주 측이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목숨을 잃은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유족 측의 주장대로 공사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없었다면,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지난해 1년간 710건의 산업재해 사고로 754명이 사망했다. 산업재해 사망자의 대다수는 이 사건 사고의 경우처럼 공사현장에서 추락하여 사망했다. ‘아빠 다녀올게’하고 집 밖에 나가서는 떨어져 죽은 것이다. 안타깝고 아프다.
이 사건 사고는 적어도 두 가지 법률문제를 발생시킨다. 피해자의 사업주 등 책임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산안법 제167조 이하의 죄책이 그것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관련 형사 절차에서 도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사업주 등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보통인데, 만일 그 형사 절차 진행 중 피해자 과실이 밝혀지면 사업주의 피해자 측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그 과실 비율에 따라 대폭 삭감된다. 따라서 피해자 측의 형사 고소 대리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형사사건이 민사사건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예민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18년 9월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연출보조로 작업 중이던 대학원생이 6.5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사고 발생 당시 작업자의 안전 보호를 위한 장치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필자가 피해자 측의 민사 및 형사상 변호인이었던 사건이다.
예술회관 사건에서 그 예술회관에는 사고 발생 당시를 그대로 촬영한 CCTV가 있었는데, 영상에 의하면 사업주 측의 산안법 위반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 뿐만 아니라, 피해자 과실의 존재를 추단케하는 사실도 포함돼 있었다.
만일 영상이 보여주는 대로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민사 청구에서 손해배상액의 절반 이상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난감했다. 그리고 억울했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 사실조회신청, 문서송부 촉탁 등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법률상 수단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예술회관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가해자인 김천시의 과실이 100%이고, 피해자의 과실은 0%이다’라는 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됐다.
필자가 예술회관 사건을 진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 안전에 관한 여러 조치들이 관행처럼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사고 발생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받고, 그 책임자를 형사처벌 했다면 유족들의 눈물이 마를까? 적어도 예술회관 사건에서의 유족들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들은 딸을, 언니를 가슴에 묻었을 뿐이다. 사업주는 아침에 출근한 아빠를 아이의 품에 온전히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안전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홍정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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