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 측이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받게 해달라며 당국을 상대로 낸 두 번째 소송 재판에서 “20년 동안이나 문제 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유씨의 소송대리인은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애초에 유씨는 병역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며 “첫 입국 거부 처분이 거의 20년이 다 돼 가는데, 이게 과연 이렇게나 문제 될 사안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사람은 이런 처분을 받은 사람이 없다”며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병역 문제 얘기가 나오면 유씨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병역 논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피고 측은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유씨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며 “이 사안을 20년 동안 논란이 되도록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유씨와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양측은 이날 재판에 앞서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해석을 놓고서도 논쟁을 벌였다. 앞서 유씨는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이후 재외동포 입국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2015년 행정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씨가 패소했으나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과거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재상고심에서 유씨의 승소 판결이 확정되자 유씨는 재차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국가안보·공공복리·질서유지·외교관계 등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발급을 또다시 거부했다. 그러자 이에 불복한 유씨가 다시 소송을 낸 것이 이번 재판으로 이어졌다.
유씨 측은 대법원의 판결이 비자 발급을 허용하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LA 총영사관 측 대리인은 “재량권을 행사해 다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였을 뿐 비자를 발급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맞섰다. 결국 유씨 측은 법무부가 앞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검토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사실조회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양쪽 입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유씨 측에 “재외동포에게 한국입국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의 자유라고 볼 수는 없는데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LA 총영사관 측에는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사람도 38세 이후에는 한국 체류 자격을 주는데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