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이 과거 세무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2차 가해로 괴로워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2017년 11월 한 커뮤니티에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거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이 글에서 A씨는 “팀 전체 회식 날 좋은 일식집에 가서 식사하게 됐고 과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했다.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꼭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몸을 빼려고 하니 더 밀착하면서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며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라거나 ‘너 탄탄대로 걷게 해 준다’며 XX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다음날 바로 상사의 사과를 요청했지만, 기관장이 ‘증거가 있느냐’거나 ‘과장이 너를 아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등 내부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에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 A씨가 남긴 10여개 관련 글에는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나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직장 내 2차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1년 뒤인 2018년 9월 ‘성범죄 피해자로서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쓴 게시글에는 “직장에 복귀하는 건 사실상 포기했으며 주위 사람은 절 떠났고 사람들로부터 ‘네가 똑바로 처신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는 호소가 담겼다.
A씨는 글에서 “상사의 완강한 부인 끝에 거짓말 탐지기까지 받고 나서야 기소됐고 그는 아직도 어깨만 쓰다듬으면서 격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갔어야 하나 자책한 적도 많고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집을 방문한 청소업체 직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했다.
이 청소업체 직원은 청소 재능 기부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A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전날 공지를 통해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의뢰자분이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고인이 출연했던 영상을 비공개 전환한다”고 공지했다.
전직 세무 공무원인 A씨는 2017년 9월 부서 회식을 하던 중 상사인 B씨로부터 추행 피해를 본 뒤 직장을 그만뒀으며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상사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A씨 시신의 부검을 원치 않아 그대로 시신을 인계했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태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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