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세 자매의 반란… ‘보복운전’ 구본성 대표이사 해임

입력 2021-06-04 11:32 수정 2021-06-04 12:59
'보복운전 혐의'를 받는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하차한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다. 구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자매가 힘을 합친 결과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 측이 상정한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구지은 전 대표가 선임됐다.

이사회에 앞서 주총에서는 구지은 신임 대표 측이 제안한 신규이사 선임안과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아워홈의 최대주주는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 부회장(38.56%)이다. 하지만 삼녀인 구지은 신임 대표(20.67%)와 차녀인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19.6%)가 손을 잡은 데 이어, 장녀인 구미현씨(19.28%)가 구 신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 자매는 59.57%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했다.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 뉴시스

이들은 60%에 달하는 지분율을 기반으로 주주총회에서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추천, 선임했다. 아워홈의 이사 수는 종래 11명이었다. 하지만 구 신임 대표 측 인사가 21명 더해지면서 이사회 과반을 차지했다. 이들은 주총에 이어 곧바로 이사회를 연 뒤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까지 통과시켰다.

구 부회장은 앞서 아워홈의 실적 부진에도 본인을 포함한 이사 보수한도를 늘렸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이사보수한도를 초과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어 전날 법원으로부터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경영권 분쟁에서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구미현씨가 이번에는 구 신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구 부회장의 구설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아워홈의 사내이사 자리는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내이사직 박탈을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데, 구 부회장의 지분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