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가 짐승XX냐… 오토바이 들어오자 줄 당겨 목 걸려”

입력 2021-06-04 10:38 수정 2021-06-04 10:51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오토바이의 지상출입을 막은 한 신도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미리 설치해둔 줄을 잡아당겨 비가 와서 지상으로 진입하려던 배달기사를 넘어뜨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오후 5시쯤 배달대행 기사 모임 커뮤니티에는 “방금 일어난 일”이라며 경기도 구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사고 관련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배달기사의) 아파트 지상출입이 안되게 라바콘이랑 이것저것 설치해놨는데 비가 많이 와서 (배달기사)가 지상으로 천천히 진입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진입 도중 갑자기 하얀색 줄이 튀어나와 (배달기사의) 목에 걸리게 했다”며 “오토바이는 자빠지고 무슨 일인지 봤더니 기둥에서 줄을 설치해놔 오토바이가 들어오는 순간 경비원이 잡아당긴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경비원이 미리 설치해둔 ‘트랩(덫)’을 잡아당겨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순간 의도적으로 걸리게 만들었고, 배달기사는 밧줄에 목이 걸려 고꾸라지면서 엎어졌다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배달기사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글쓴이는 “무슨 짐승새끼 잡는 것이냐”면서 “경찰이 출동해 CCTV를 확인한 결과 관리사무소 직원이 그새 사고가 발생한 시점 영상만 삭제했다”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배달기사 측은 고소장 접수한다고 경찰서에 갔고 입주민들은 나와서 구경하는데 입주민마저도 ‘저게 사람XX가 할 짓이냐’고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솔직히 80살 먹은 경비아저씨가 재량으로 설치해서 그랬겠냐. 관리사무소랑 입주자대표 합작”일 것이라며 “그 아파트 배달 거부한다고 배달 기사들이 난리 중이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사고를 당한 당사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원래 배달 오토바이도 지상 진입 시 무척 조심하고 있다”며 “배달 지사에서도 라이더들에게 철저히 당부시키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갈 수가 없다”며 “그렇다고 지상진입을 못해 배달시킨 손님에게 입구로 음식을 받으러 나오라고 하면 또 논란이 일어나는 거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오토바이를 탄다는 누리꾼들은 “비 오는 날 오토바이는 절대 안 타는 게 맞다”며 “특히 지하주차장에 10㎞ 이하 속도로 느리게 갔는데도 2번 연속 미끄러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밖에도 해당 사건에 대해 “악마도 손절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도가 지나쳤다. 미친 짓이다”, “나도 배달 오토바이가 단지 내에서 쌩쌩 달리는 건 극혐하는데 그래도 저건 정당방위가 안 된다” 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면 일각에선 “줄은 진입을 못 하도록 경고하기 위해 바리케이트 대용으로 설치해둔 건데 마구잡이로 달리다가 못 보고 걸린 거 아니냐”, “영상을 복원해서 정확히 봐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구리경찰서는 4일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는 있었지만, 녹화된 영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CCTV 영상이 삭제된 것인지, 최초에 줄이 설치된 용도가 무엇인지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