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결성된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정의선 회장에게 상견례를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측은 사무·연구직 노조가 별도의 교섭권을 갖지 않은데다 여러 계열사 직원들이 소속돼 있어 협의의 장을 따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조합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계속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는 4일 “정의선 회장에게 요청한 상견례가 거절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정 회장에게 상견례 요청 공문을 보내고 이날까지 답변을 달라고 시한을 정했었다.
노조는 지난해 성과급 불만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내 MZ세대 직원들이 모여 설립했다. 현대케피코 소속 3년차 직원인 이건우(27)씨가 초대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노조는 사측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과급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조합원은 약 500명에서 시작해 꾸준히 증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번 상견례 불발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사무노조에 대해 무대응 정책을 견지하며 사내 인프라(게시판, 메일 등) 사용에 대해서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노조는 “우리 사무노조는 자유로운 노조활동 보장, 조합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며 “함께하는 동료들이 많아질 때 우리의 목소리가 더 강해질 것이다. 조합원들의 익명성은 끝까지 보장할 것이니 함께 해 달라”고 덧붙였다.
사측이 사무노조 측의 상견례를 수락하지 않은 건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결정하는 단체교섭이 법과 절차에 따라 각 회사와 진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계열사 직원들이 소속된 사무노조와 협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금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단체교섭은 각 회사에서 진행할 사안”이라며 “사무연구직노조와는 담당임원이 대화를 했으며, 각 사 차원에서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노조는 현재 별도의 교섭권을 갖고 있지 않다. 기존 생산직 중심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교섭권을 갖고 있다. 현대차지부의 전체 조합원은 4만9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지부는 지난해 임단협을 계기로 MZ세대 직원들의 불만이 확인되고 새로운 노조까지 설립된 만큼 올해는 사무‧연구직 직원들의 의견과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 보상과 승진에 반영해야 한다”며 “모든 계열사 전체에서 임직원의 눈높이에 맞춰 더 정교하게 선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