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희소병을 앓고 있는 생후 5개월 아기가 1회에 180만 파운드(한화 약 28억3037만원)짜리 치료제를 투여받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선은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란 희소질환을 앓는 남자아이 아서 모건의 사연을 전했다.
SMA는 영유아기에 많이 발병하는 희소병으로, 유전자 결손으로 인해 근육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질환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65명의 신생아가 선천적 SMA를 지니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형 SMA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의 평균 수명은 2년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예정일보다 6주 빨리 태어난 아서는 지난달 초 팔다리가 늘어지고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등의 이상 증상을 보였고 급히 아서를 병원으로 데려간 부모는 SMA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서는 영국 최초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제조한 SMA 치료제 ‘졸겐스마’를 맞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노바티스 측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 약을 승인함에 따라 이용할 수 있어졌기 때문이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을 위해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다. 졸겐스마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SMN1 유전자 대체본을 삽입, 정맥주사를 통해 체내 운동 신경 세포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 약은 1회 접종에 180만 파운드(약 24억1957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노바티스 측은 “졸겐스마의 1회 복용량은 SMA의 진행을 멈추기에 충분하고 아기들이 앉고 기고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장기간 받는 치료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고 가격을 옹호해 왔다. 전문가들 역시 졸겐스마를 ‘기적의 약’이라고 평가하며 “일찍 투여받으면 치료에 근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벨리나 런던 아동병원의 소아신경전문의 엘리자베스 래지 박사는 아서의 치료에 대해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NHS의 최고 책임자인 사이먼 스티븐스 경은 “이 혁명적인 치료법이 현재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아서와 같은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소식이다”라며 “국민건강보험의 장기 계획은 납세자들에게 공정한 가격으로 환자들을 위한 최첨단 치료법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아서의 아버지 리스 모건(31)은 “아서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첫 번째 환자가 되었을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며 “지난 몇 주 동안은 엄청난 소용돌이였다.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알게 된 만큼 많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것은 아서에게 줄 수 있는 가능한 최고의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