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들렸다’며 10살 조카를 폭행하고 머리를 욕조에 집어넣는 등 ‘물고문 학대’로 아이를 사망케 한 이모 부부 사건과 관련해 피해 아동의 친모가 지난달 31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모는 자신의 언니 부부로부터 아이에 대한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아동학대 혐의의 수사 대상자이면서 피해자 유족인 친모가 합의서를 제출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조휴옥)는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이모 A씨(34)와 이모부 B씨(33)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이 지난달 31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합의서를 제출한 피해자 측 관계자는 숨진 피해 아동의 친모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아동의 친모 이름과 합의서를 제출한 피해자 측 이름과 같다”고 말했다.
이모 부부는 지난 2월 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조카 C양(10)을 3시간에 걸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C양을 화장실로 끌고 가 손발을 빨랫줄로 묶고 욕조에 머리를 여러 차례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C양에게 개똥을 먹이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C양의 친모는 언니 A씨 부부의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자신의 딸이 언니 부부의 학대로 숨졌지만 합의서를 제출한 건 언니 부부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에서 합의서 제출은 재판부의 감형 요소로 작용한다. 피의자 측이 범행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리적으로 친모는 피해 아동의 유족이기 때문에 방임 혐의를 받고 있더라도 합의서를 제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언니 부부의 감형을 위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C양의 친모와 피의자들이 친인척 관계인 터라 일반적인 합의서와는 다른 의미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감형 요소로 고려될지는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다. 승 연구위원은 “재판부는 친모가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합의서 인정에 앞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부부의 3차 공판은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재판부가 합의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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