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금융위기 전고점? 홍남기의 ‘갑툭튀’ 통계

입력 2021-06-03 17:22
LH 혁신안 지연에도 ‘묵묵부답’ 논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아파트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가격 기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받기 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 의지는 물론 몇 가지 포인트도 감안해 한 방향으로 쏠림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2008년 5월 가격을 100으로 가정할 때 2013년 9월 79.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2월 98.8을 지난 뒤 올해 5월 99.5까지 올랐다. 홍 부총리 발언은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에 다다른 만큼 실수요자들이 당장 주택을 매수하기보다는 기다리는 게 좋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질가격지수가 현재 주택 시세를 판단하는 데 적절한 통계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질가격지수란 한국부동산원 등이 집계하는 아파트가격지수에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반영해 계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민간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부동산은 일반적 물가 추이와 달리 주택시장 수급 상황이나 정부 규제 등에 의해 가격 변동이 좌우되다 보니 실질가격이란 지표를 자주 쓰지 않는데 왜 이를 언급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소 관계자도 “실질가격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변수와 비교하기 위한 지표일 뿐”이라며 “일반적으로 실질가격지수보다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등의 지표가 주택 가격의 현주소를 추론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KB국민은행이 PIR 집계를 시작한 2008년 12월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기준 3분위 가구 연 소득의 11.9배였지만, 올해 3월 기준으로는 17.8배로 뛰었다. 전체 5분위 가운데 중위 소득 가구가 서울의 중간 가격대 집을 사려면 2008년 12월에는 11.9년 동안의 월급을 모아야 했다면 올해 3월에는 17.8년으로 더 올랐다는 얘기다.

지금과는 부동산 정책이나 기준 금리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비교해 현재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기준금리부터가 현재는 0.50%지만, 2008년에는 5.25%로 현재보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영향이 약하다. 이미 PIR 지수 기준으로 2008년 수준을 뛰어넘었지만, 막대한 유동성 탓에 집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전망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2008년 주택 가격이 고점을 형성했던 것은 이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불가피하게 한국의 주택시장 역시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도 많다.

홍 부총리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 발표가 지연된 것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 없이 지나간 것도 논란거리다. 홍 부총리는 앞서 지난 4월 21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LH 최종 혁신안을 5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H 혁신안은 현재까지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르면 다음 달 6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거쳐 7일까지 최대한 최종 혁신안 발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혁신안 내용을 두고 여전히 당정 간 이견이 남아 있어 발표가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