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업무인 줄” 보이스피싱 전달책, 대법서 무죄 확정

입력 2021-06-03 17:16

구인광고에 속아 채권추심업무인 줄 알고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 범죄 조직에 송금한 40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0)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8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1억9600만원을 받아 신원이 불분명한 다수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무사 사무소 명의로 나온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인지 몰랐고, 채권추심 업무로 알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가 외국계 기업 근무를 포함 사회생활을 한 점,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할 만한 학력을 갖춘 점을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령한 뒤 다수의 제3자 명의 계좌로 분산해 입금하는 것이나 이 같은 단순업무의 대가로 단기 고액의 수당을 받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돈을 받는 과정에서 신분이나 소속을 속이지 않았고, 법무사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불법성 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며 “실제로 범죄인 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