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한 공원에서 환경지킴이로 일하던 80대 노인이 대형견들의 입마개를 씌워달라고 요청했다가 오히려 견주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3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오전 옥정호수공원 한 벤치에 일본 토착견인 ‘시바견’과 ‘아키다견’이 견주 A씨와 함께 앉아 있었다고 한다.
환경지킴이 봉사단으로서 해당 공원에서 환경 정화 활동을 하던 80대 여성 B씨는 견주에게 “왜 개의 입마개를 안 했느냐” “벤치는 사람이 앉는 곳인데 (비가 와서) 개들의 발에 진흙이 묻었으니 잘 닦아달라”고 요청했다.
B씨를 비롯한 노인들은 한달에 약 2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해당 일대의 환경 보호와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자 A씨는 B씨가 어깨에 두른 ‘환경지킴이봉사단’ 띠를 보고 양주시청에 정식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노인들 교육 똑바로 시켜라’ ‘노인들의 근무 태도가 좋지 않다’ ‘노인들이 잡담한다’ 등을 지적하고 “우리 개들한테 지적한 그 노인으로부터 그 장소에서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주시는 A씨의 민원을 받아들였다. 시는 노인봉사단을 관리하는 위탁기관에 “민원을 처리해야 하니 사과하라”고 전달했고, 이에 B씨는 옥정호수공원 벤치로 나가 A씨에게 사과했다. 사과 당시 여전히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들이 B씨를 향해 맹렬하게 짖어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은 “할머니가 개들한테 사과하는 이상한 광경이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입을 모았다.
A씨의 ‘갑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 같은 공원에서 해당 봉사단 소속 다른 노인들이 A씨에게 개똥을 치울 것을 부탁했는데 A씨의 남편 C씨가 ‘노인들 교육 잘 시키라’고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복된 일에 참다 못한 노인봉사단 측이 역으로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양주시에 따르면 지난 2일 “공원에서 입마개를 안 하고 개똥도 제대로 안 치우고 사람들이 앉는 벤치에 큰 개를 앉히는 견주가 있어 지적했더니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며 “견주가 큰 개들의 힘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민원 전화가 접수됐다.
이에 대해 양주시 측은 경기일보에 “민원이 제기돼 공공근로사업 수행기관에 해당 견주 측과 원만히 해결하도록 요청했을 뿐 (A씨에게) 사과를 종용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시바견과 아키다견이 입마개 견종은 아니지만 펫티켓을 준수해달라고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정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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