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모 전 행복도시건설청장의 사법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전 청장이 재임 중에 파악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투기에 나선 시점이 퇴직 후이기 때문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공직자’에게 적용되는데 퇴직한 공직자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논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전 청장은 2017년 7월 행복청장에서 퇴임했다. 그리고 4개월 뒤인 2017년 11월 세종시 연서면 일대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 전 청장이 매입한 지역은 이후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시세가 크게 올랐다. 경찰은 이 전 청장이 재임 시절 알게 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이 전 청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지난 4월 30일 이 전 청장의 부동산 투기 혐의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경찰이 부패방지법을 적용했지만 검찰은 이 전 청장이 ‘퇴직한 공직자’이기 때문에 해당 법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부패방지법 적용에 대한 검·경 간의 해석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한 달째 이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보류되고 있다.
검·경 간의 해석 차이는 부동산 매입 당시 이 전 청장의 ‘신분’에서 비롯됐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해석은 이 전 청장이 재임 시절 내부 정보를 파악했더라도 부동산을 매입한 시점이 퇴직한 이후여서 공직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은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청장의 사례가 부패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3일 “권익위로부터 내부 정보를 이용한 시점이 퇴직 전이면 법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 기소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관련 유사 판례 등을 확인해 검찰과 추가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