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만든 식품용기는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6-03 15:57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 특허청 제공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기재한 국내 최초 특허출원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왔다.

특허청은 AI가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특허출원에 대한 1차 심사를 실시했다고 3일 밝혔다.

심사 결과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출원인에게 통지했다.

AI가 발명품을 직접 발명했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닌 AI를 ‘발명자’라고 기재한 형식상의 하자를 먼저 지적한 것이다. 국내 특허법은 현재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출원인이 향후 발명자 보정을 하지 않아 특허출원이 무효 처분되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심사는 미국의 AI 개발자인 ‘스티븐 테일러’가 국제 특허출원(PCT 출원)을 국내에 출원(진입)하면서 시작됐다. 하나의 출원으로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출원한 효과가 발생하는 PCT 출원은 각국 진입 후에 심사가 진행된다.

출원인인 스티븐 테일러가 최초의 AI 발명가라고 주장하는 AI 프로그램의 이름은 ‘다부스(DABUS)’다.

그는 다부스가 열전달 효율이 좋은 식품용기,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빛을 내는 램프를 각각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테일러는 “나는 이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다.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 식품 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 특허법 및 관련 판례가 회사나 법인, 장치 등을 제외한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의 일종인 AI 역시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특허청은 판단했다.

이 원칙은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채택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개념이라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앞서 유럽특허청(EPO)이나 미국, 영국 특허청에서 이미 AI 관련 특허심사를 진행한 바 있다. 각국 특허청도 ‘발명자는 자연인만이 가능하므로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AI를 단순한 도구로 보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며 AI가 사람처럼 발명을 창작해낼 수도 있는 만큼 관련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여러 쟁점 중 대표적인 사례는 ‘AI를 발명자로 볼 수 있는가’ ‘AI 발명의 권리자는 누구로 해야 하는가’ ‘AI 발명의 권리 존속기간은 어떻게 하나’ 등이 있다.

특허청은 이와 관련해 법제자문위원회를 꾸려 산·학·연 의견을 수렴하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선진 5개국 특허청(IP5) 회담을 통해 국제적 논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언젠가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허청은 AI 발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학계 및 산업계와 논의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는 지식재산제도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