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최근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모델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48V 배터리 결함’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배터리를 교체하면 조치가 완료된다”고 밝혔으나, 국민일보 취재 결과 조치 후에도 재발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결함이 재발해 4차례 수리를 맡겼는데도 재차 배터리 교체만 반복해서 안내받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무상 배터리 교체는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차량을 종합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의 문제로 배터리와 냉각수가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단순 부품 교환으로는 고객의 더 큰 불만만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벤츠 E350 4MATIC AMG Li 모델을 구입한 A씨는 얼마 전 손발이 떨리는 경험을 했다.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빨간 글씨로 ‘냉각수 결함’ 메시지와 함께 차를 멈추라는 경고등이 계기판에 떴기 때문이다.
A씨는 이날 거래처 고객과 중요한 미팅이 있어 아침 일찍 차에 시동을 걸다 배터리 교체 경고등이 뜬 것을 발견했었다. 하지만 벤츠 어드바이저는 “괜찮으니 운행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출발한 지 5분도 안 돼 냉각수 경고등이 들어왔다. 황당한 것은 어드바이저의 대처였다. A씨가 급히 상황을 알리자 어드바이저는 “해당 위치에서 서비스 센터까지 가까우니 운전해서 오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A씨가 배터리 결함으로 차를 정비소에 맡긴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주행거리가 500㎞를 조금 넘어선 지난 3월 차량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등이 떠 정비소를 찾은 게 첫 번째였다. 정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해줬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배터리 경고등이 다시 들어왔다. 두 번째로 찾은 정비소에서는 차량 시스템만 리셋하고 차량을 재출고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초 다시 배터리 경고등이 들어왔다. 정비소 측에서는 아예 경고등이 뜨지 않도록 고장코드를 삭제했다. “중고차를 만들 셈이냐”는 A씨와의 실랑이 끝에 정비소 측은 300㎞가량 시험 주행한 후 차량을 되돌려줬다고 한다.
A씨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벤츠코리아가 독일 본사에서 배터리 교체 지시를 내려 결국 다시 한번 배터리 교체를 안내했다”고 말했다. 본래 마지막 차량 입고 당시 벤츠 코리아는 ‘수리 방법이 없으면 환불해주겠다’고 안내했었는데, 또다시 배터리 교체라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벤츠 측도 결함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못 주니 마치 ‘테스터’가 된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 역시 지난 3월 초 벤츠 E450 4MATIC Cabrio를 샀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배터리 교체 경고등이 뜨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정비소에서 배터리 교체를 2번이나 더 해야 했다. B씨는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면 즉시 환불을 요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배터리 교체 후 결함이 재발하면 환불해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 많아 추측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국민일보 6월 1일자 2면 보도 참고). 이 관계자는 “차량마다 취할 조치가 다르므로 배터리 결함이라 하더라도 다 같은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어 “국토부와 논의를 통해 고객 요구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함 원인을 차량 제어 시스템에서 찾는다.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총괄하는 곳에서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결함이 재발한다는 것이다. 벤츠코리아 측에서 독일 본사에서 시스템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병일 명장은 “독일 본사에서 결함 원인을 파악하고, 조속한 방침을 내리는 한편 국토부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