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통유리’ 빛반사 피해” 10년 법정다툼, 네이버 졌다

입력 2021-06-03 14:57
네이버 사옥. 뉴시스

네이버 본사 건물의 통유리 외벽에서 태양반사광이 형성돼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네이버 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신모씨 등 주민들이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네이버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네이버 본사 인근에 사는 주민 신씨 등은 2011년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된 네이버 본사 사옥에서 반사되는 태양광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네이버 측에 태양광 차단시설 설치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네이버 본사 건물에 태양반사광을 줄이는 시설을 설치하고 한 세대당 1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라” 며 주민들 손을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네이버 본사 사옥이 공법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고 중심 상업 지역에 존재한다”면서도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어서 주거에 대한 소유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네이버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실내 일부가 특별히 밝아져 정신적·감정적으로 불쾌할 수 있지만 반사광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감정인의 의견”이라면서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반사광이 들어오는 시간은 1~3시간으로 커텐 등으로 차단할 수 있고 일조권 침해에 해당하는 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피해가 없진 않지만, 심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지는 ‘태양반사광이 유입되는 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태양반사광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및 방지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깼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불법 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이 태양반사광 침해에 대한 참을 한도 판단을 잘못한 이상 이를 전제로 한 방지 청구 기각에 관한 부분도 함께 파기한다”고 밝혔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