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골프 엘보’, 한 번 시술로 6개월 후 통증 ‘싹’

입력 2021-06-03 14:40 수정 2021-06-03 17:22
허벅지의 대퇴부나 손목의 동맥을 통해 미세한 관을 집어넣어는 모식도. 생체 분해 물질로 염증 부위 신생혈관을 막음으로써 관절부위 통증을 개선할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제공

3개월 넘게 통증을 겪는 고질적인 ‘골프 엘보’에 획기적인 치료법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미세동맥색전술’이라는 영상의학과적 치료 효과에 대한 우리나라 의료진의 연구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단 한 번의 시술로 서서히 통증이 줄어 6개월 후부터는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영상의학과 이상환 전문의는 3일 ‘만성 내측 팔꿈치 상과염(골프 엘보)’을 미세동맥색전술로 치료한 연구논문을 세계 최초로 ‘유럽 중재적 방사선학회지(CVIR)’에 발표했다.

미세동맥색전술은 수술이나 약물·물리 치료와는 다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첨단 영상장비를 이용해 시행하는 비침습적 시술이다. 즉 하지의 경우 국소마취 후 사타구니의 대퇴동맥, 상지의 경우 손목의 요골동맥(윗팔은 상완동맥)을 통해 직경 1㎜ 이하의 미세한 관을 통증이 있는 부위까지 접근시킨다.

일반적으로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으면 뼈나 주변 인대, 근육 등에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인 신생혈관과 신경이 형성된다. 신생혈관이 염증을 키우는 보급로인 셈이다. 따라서 이 보급로를 차단하면 염증과 통증이 없어진다.
즉 혈관에 삽입한 미세관으로 ‘젤폼’이라는 생체분해 물질을 집어넣어 염증 부위 신생혈관을 막아줌으로써 통증 치료 효과를 얻는 원리다.

3개월 이상 지속된 무릎, 어깨, 골반, 팔꿈치, 손목, 발목, 비특이적 허리 통증,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손발가락관절염 등 각종 만성 통증 관절염과 근육통 및 건염에 적용 가능하다. 만성 통증의 경우 단 1회 시술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국소마취로 진행돼 당일 시술과 퇴원이 가능하다.

이 전문의는 이번 국제 학술지에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고 기존 치료법에 반응이 없던 만성 골프 엘보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미세동맥색전술을 1회 시술한 뒤 1년간 추적 관찰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 결과 시술받은 모든 환자의 통증이 6개월간 지속적으로 줄었고 이후 통증이 사라지며 계속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201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미세동맥색전술은 이 전문의가 2016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관절통증 색전술 클리닉’ 을 개설하며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국내에선 양지병원과 건국대병원 등 2곳 정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이 전문의는 미세동맥색전술 700례 이상 시술 건수를 기록한 이 분야 권위자다. 근대5종,​ 럭비, 육상 등 종목별 국가대표와 프로(실업)팀 구기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이 시술을 받았다.

이 전문의는 3일 “통증 치료를 3개월 이상 받아도 호전이 없고 병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