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까먹고 까먹었지만…” 완주 진달래학교 눈물의 졸업식

입력 2021-06-03 14:39 수정 2021-06-03 16:41
완주 진달래학교 졸업생 할머니들이 2일 교장인 박성일 완주군수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있다. 완주군 제공.

“돌아서면 까먹고, 돌아서면 까먹어서/ 이 나이에 공부하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 내 이름 새긴 졸업장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우리 축하받을 만 허죠?”

지난 2일 오후 전북 완주군청 가족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초등학력인정 진달래학교 졸업식.’ 봉동읍에서 온 김순례(75) 할머니가 졸업생들을 대표해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문을 읽어 내려갔다. 웃기고 울리기를 10여분, 눈물과 박수가 이어졌다.

검정 학위복에 학사모를 쓴 김 할머니는 “코로나 때메(때문에) 졸업도 못허는 줄 알았는디, 그래도 졸업식을 한다고 헌게 기분은 진짜 좋네요”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군청에서 골든밸을 허는디(하는데) 딸기에 많이 들어 있는 영양소가 뭐냐고 해서 비타민이라고 자신 있게 썼는디 틀렸다고 내려가라고 하더라구요. 답이 ‘비타민 씨(C)래요, 씨~~ 어찌나 아깝던가….”

2일 열린 완주 진달래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학교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완주군 제공.

김 할머니가 운율까지 넣어가며 지나간 학창시절을 회상하자 행사장에 폭소가 터졌다.

그는 “나는 선생님 보고 공부하러 다녔는데, 선생님도 고맙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도 고맙네요. 우리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삽시다”라며 감동의 소감문을 끝맺었다.

졸업식에 참석한 한 가족은 “‘우리 축하받을 만 허죠?’라고 묻는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며 “돋보기를 쓰시며 밤늦도록 한글을 공부한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삼례읍에서 온 할머니는 “옛날에는 한글을 몰라 버스를 탈 때 앞사람 따라서 탔는데, 이제는 골라서 타게 됐다”며 “한글을 알게 되니 이제 은행도 갈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이날 졸업생은 최고령 86세에서 최연소 67세까지 평균 나이만 76.7세다. 이날 학생 23명 전원이 으뜸상과 성실상, 우정상, 예쁜미소상 등의 상장을 받았다.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식이 끝나갈 무렵 ‘석별의 정’ 노래를 함께 부르며 결국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진달래학교는 완주군이 2015년부터 운영하는 무료 교육 기관이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력 인정의 꿈을 이어주고 있다. 올해까지 4번의 졸업식을 통해 80명이 설레는 꿈을 이뤘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